돛대기 시장같이 북적거리는 시사회여서였는지, 다음 날 업무 생각이 자꾸 나서였는지, 그랬는지 저랬는지 어쨌든, 타이타닉급 흥행력으로 미국을 초토화시킨 이 영화는, begins를 미친듯이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dark knight는 씁쓸했다.
고 히스레져의 신들린 조커 연기를 볼 수 있다?
아, 생각보다 미친 듯이 강렬한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스테레오 타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유작이라는 프리미엄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다시는 볼 수 없는 연기(죽었으므로)"라고 생각하니 인상 깊긴 하더라. 쩝쩝거리는 소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귓가를 맴도는 듯.
배트맨과 조커의 세기의 타이틀 매치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오해였다. 세기의 캐릭터의 수퍼 매치...가 아니었다.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배역은 투페이스하비였던 것이다. 출연분량도 배트맨보다 많은 느낌이고, 비중도 높다. 선악과에 대한 고뇌를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예상과는 달랐던 투페이스의 비중에 적지 않게 놀랐지만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던 건 투페이스 때문이지 싶다.
배트맨&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떨어져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찬 베일의 정장간지는 진짜 쵝오..내 마음 속에 최고의 브루스 웨인은 역시 발 킬머이긴 하지만. '부유하고 어두운 내면'이 얼굴에 살아있는 배우..였었다.
레이첼, 레이첼,,,
연기파인 건 좋지만 매기 질렌홀은 너무 늙어 보이던데, 차라리 아무리 혹평을 들었어도 어차피 2편까지 나오고 안나올 배역, 케이티 홈즈를 쓰지...안티 히어로 영화라고 해도 난 예쁜 여배우가 보고 싶다..
우리 게리 올드만 아저씨
이 아저씨가 사람 좋고 인심 좋은 형사 아저씨를 연기할 날이 올 줄 알았을까..진짜 old man이 되어서. 레옹에서, 트루 로맨스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들은 과연 어디로. 해리포터에서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더니 옆 집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울리는 거 보면 멋진 배우임에는 틀림 없다.
안타까운 까메오들
begins에서 미친 듯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내 생각엔 히스레져고 조커고 안된다. 이 배우에게는)킬리언 머피가 잠깐 등장한다. 얼굴은 정말 잠깐 한 컷 나오지만..몽롱한 눈빛은 역시 그대로. 2편에서도 등장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더 비중있는 역이길 바랬는데. 도입부의 배트맨 들러리 정도로 끝나서 안타깝더라.
또 한 명의 안타까운 까메오. 전아시아를 들끓게 했던 섹스스캔들의 주인공 진관희. 이건 진짜 눈 크게 뜨지 않고서는 찾지 못한다. 카메라 앵들 언저리에서 0.5초 정도 잠깐 흐릿하게 등장하니까. 그래도 그 예쁘장한 얼굴 한 번에 알아봤다. 헐리웃 진출한다더니 시작이 좋구나. dark knight 1초 출연.
이래저래 쓰다보니까 마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영화처럼 써버렸지만 그건 아니다. 소문난 만큼, 소문낼 만큼 엄청난 잔치임에는 틀림없고, 단지 몇 가지 기대를 어긋났을 뿐.
다만 광풍이 되지 않길 바란다. 뭐. 국내에서는 못 그럴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