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메디를 싫어하진 않는다. 악 오글거려. 하는 것도 아니고. 보면 또 재밌게 본다. 해피엔딩도 좋아하고. 특히 작년 한 해에는 친구와 연인사이라던지, Friends With Benefits라던지. 극장가서 잘만 봤더랬지. 배우에 편중된 그런 취향 때문인지, 산드라블럭, 드류배리모어&아담샌들러, 브리트니 머피, 샤를리즈 테론의 영화들은 잘도 찾아 보았다. 어쨌든 싫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즐겨찾지도 않는다. 러브 액츄얼리를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소장하고 싶어! 하는 타입도 아니고, 이 영화는 이게 참 예뻤지. 다시 보고 싶어. 이러지도 않는다는 얘기.
수많은, 위대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 중에서도 유독 사랑받고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면, 그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그냥 직역한 것 뿐인데도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 로맨틱 코메디 여제였던 맥라이언의 싱그러움이 꽃피던 무렵. 이 후 박스오피스에 수 억달러를 새겨넣을 감독 로브 라이너와 제작자 베리 소넨필드. 미국인의 자랑 빌리 크리스탈까지. 재미없기도 힘든 라인업이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로브 라이너의 직후 연출작이 미져리와 어퓨굿맨이라는 점은 참 신선하다.
각설하고.
난 그런 영화를 보지 않았고^. 30이 훌쩍 넘어서야 보게 되었고. 아마. 1989년. 10살이던 그 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았다면. 아마도. 꾸준히 로맨틱 코메디를 찾지 않았을까.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솔직히, 이 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프렌치 키스, 유브 갓 메일의 농익은 맥 라이언이 훨씬 예쁘다고는 생각은 들지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풋풋한 뽀글이가 귀엽기도 했고.
영화는 1977년, 평범치 않은 인연으로 만난 두 남녀가, 1982년 다시 한 번 잠깐의 우연, 1987년 또 한 번 재회를 하며, 태초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영원한 화두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귀여운 실험을 보여준다.
친구와 연인사이, friends with benefits에서 조금 더 화끈하게 보여주긴 했지만 어쨌든 똑같은 얘기다 .이러쿵 저러쿵 했던 친구 사이 두 남녀가 과연 연인이 될 것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얘긴데.
해리와 샐리는 정말 귀엽다. 끈적하고 뜨거운 그런 거 하나도 없이. 꺄. 저런 두근두근하고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는 사이 참 괜찮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빌리 크리스탈의 깨알같은 네거티브 만담도 좋고, 요리 주문 하나에 온갖 히스테리 다 부리는 맥라이언도 귀엽다. 이 영화가 왜 이다지도 길게 오랜 동안 사랑받는지. 영화를 보니까 알겠는.
24년이 지난 지금도 지지고 볶는 수많은 남녀들에게 보내는 귀여운 메세지.
이참에. 맥라이언 복기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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