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베를린

laser RAY 2013. 2. 3. 14:45

 

이 영화를 기대하기 시작했던 건 제작 발표 때가 아니다. 부당거래를 보고 난 후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은 뭐가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부터 베를린에 대한 기대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 와중에 하정우-류승범-한석규-전지현이라는 소식을 듣고. 입소문을 듣고, 마지막 시사회 평을 읽고, 본 사람들의 감상을 듣고. 그리고 나서 베를린 관람.

라인업을 알고난 후 나를 가장 기대하고 두근거리게 했던 배우는 하정우도 류승범도 아닌 한석규. 류승완 감독 영화에 한석규라니. 어떤 비열한 또는 껄렁이거나 또는 차가운 대사를 보여줄 건가요. 특유의 쪼갬도 보여주실 건가요. 그 청명한 목소리로. 라는.

실제로는 류승범-하정우 대결구도에 한석규는 제3자, 중재자에 가까운 캐릭터였지만, 영화의 멋진 오프닝에서 하정우에게 첫 대사 날리던 그 때 이미 내 기분은 샤랄라. 아오. 언제나 보는 이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발성. 목소리.

한석규님의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어찌 되었든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최대의 발견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전.지.현' 80년대(초반)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성이라면 대부분 로망을 가졌을 이 여인은 이제는 결혼한 유부녀이기도, 더 이상 패셔니스타, 신세대 스타도 아니지만. 도둑들에서 화려한 재기를 보여줬다. 어쨌든 예전의 그 이미지로. 다시.

처음 잡지에서 왕지현. 을 보고 훅 빠져버린 후. 실제 움직이는 그녀에겐 큰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는 나란 팬도 있긴 한데(엽기적인 그녀.....도..뭐..)...확실한 건 베를린에서의 그녀가 도둑들에서의 예니콜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는 것. 음...그러고 보니 정상적인 한국말보다 이북 사투리가 더 어울렸던 것 같기도....?..-_-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전지현이 초과만족을 달성시켜주는 바람에 딱히 흠잡을 곳이라곤 없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하정우는 '황해'의 그 택시기사가 조금 더 쌔끈해지고 멋있어진 느낌이었어서 새롭단 생각은 들지 않았고, 류승범 역시, 국적만 달라진 북한 양아치였어서. 익숙했달까(하지만 그게 질린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일단 둘 다 너무 잘해서;;)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일절 없이 봤던 터라 의외의 조연-카메오에 반갑기도 했는데. 시작부터 등장하는 익숙한 그 얼굴. 하정우의 페르소나 '윤종빈'감독. 응? 저 사람이 왜 저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뚱맞긴 했다.ㅎ 그리고 김서형. 배우 김서형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되짚어보니, 이전 짝패에서 조연을 맡았던 게 생각이 났고. 그리고 최근 가장 핫한 배우 곽도원. 마지막으로 이경영(이 아저씬 카메오는 아니었지만)..

우물우물거리는 이북 사투리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특히 이경영) 정신 집중을 해야하는 순간들이 더러 있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냥 '아쉽다' 정도였고. 마지막 엔딩. 하정우가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그 장면들의 화면과 음악이 너무 류승완스러워서 그게 최고로 마음에 들었다.

속편은 아마도 없겠지만.

관객을 한껏 즐겁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감독의 성공적인 블럭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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