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신세계

laser RAY 2013. 2. 24. 21:10

베를린과 함께 2013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신세계. 무간도니 뭐니 해도 황정민, 최민식, 이정재가나온다는데 재미 없을 수는 없잖아.

기본설정부터 무간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 가장 큰 부분이 바뀌었다. 무간도에서는 조직에 침투한 양조위가 가장 믿고 따르는 존재이자 끝까지 보필하는 이가 그의 상관 황추생이었다면, 신세계에서는 주인공 이정재를, 이자성을 가장 믿는 존재가 보스 황정민. 그리고 그를 끝까지 의심하고 이용하는 것이 상관 최민식. 믿고 의지하는 존재가 정반대로 바뀐 설정이다 보니 주인공이 선택하는 길도 꽤 명확해지는.

그렇다고 너무 무간도 얘기만하다가는 신세계만의 근사한 지점을들 놓칠 수 있으니. 조직의  No.1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살벌한 조직세계를 한국영화 중 이토록 근사하고 잔인하게 표현한 영화가 있었나 싶다. 조폭 미화라던지, 그런 것들 생각하는 것보단, 제대로 각잡고 홍콩삘 갱스터를 만들었다는 그 성취감이 먼저지 않을까. 3인의 주연배우야 믿고 봤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절한 역할로 멋지게 퇴장한 박성웅과 송지효의 열연이 돋보였다.

한껏 양아치삘로 가볍게 보이지만 그 속에 잔인한 냉철함과, 끈끈한 정까지 가진 캐릭터를 너무 맛있게 표현한 황정민(오진우가 많이 떠올랐다. 특히 무간도2에서..). 단 한 번도 톤을 높이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과 차가운 악랄(?)함을 보여준 최민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년간의 갈등과 단호한 결심을 보여준 이정재. 3인의 연기가 빛이 반짝반짝.(왠지 베를린의 주역, 한석규-류승범-하정우가 했어도 꽤 멋있지 않았을까..)

마지막 엔딩. 나풀나풀 와이셔츠를 입고 한껏 담배피며 걷는 두 양아치. 그 중에 하나는 이정재. 예전 태양은 없다에서의 그가 떠오르기도 하고. 마치 "그 때의 우린 두려울 게 없었다" 정도의 나레이션이라도 나올 것 같은 장면이 묘하게 기분좋았고. 이 영화의 프리퀄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프리퀄과 속편까지 모두 멋드러진 3부작으로 완결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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