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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어스 After Earth

laser RAY 2013. 6. 7. 22:12

1999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식스센스를 극장에서 본 후, 나같은 일개관객을 포함, 전세계의 모든 언론과 평단이 주목했던 감독. M.나이트 샤말란.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2013년이고, 그 세월동안 '식스센스급 반전'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감독의 연출 커리어도 차곡차곡 쌓여갔지만 첫 안타가 장외 만루홈런이었어서 그런지, 작품이 나올 때마다 '부진' 소리를 듣는다(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 해프닝 모두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

그런 그가 윌스미스-제이든 스미스 부자를 만나서 찍은 본격 SF모험 영화가 바로 애프터 어스.

최근 몇 년간 찍은 영화라곤 MIB3밖에 없는 윌스미스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 또한 샤말란 감독 못지 않다. 아니 못지 않은게 아니구나. 샤말란에 대한 기대는 이제 접는 단계라고 해도 윌스미스는 늘 기대를 충족시키는 남자. 아무렇게나 찍어도 1억불을 마구 넘기는 흥행보증수표아닌가. 심지어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조차 '행복을 찾아서' '베스트 키드'로 흥행맛을 본 배우다.

데뷔 첫 해 신인왕 출신과 리그 MVP가 만난 꼴인데. 그 결과는.

아니 뭐 이건 뭐야 정말.

내용은 초간단.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간 지구인들. 외계  괴물인 "어서"가 방해하지만 "어서"에 대항이 가능한 용사들 덕분에 이래저래 차차차. 그 중 지구대표용사 윌스미스와 그의 피는 물려받았지만 실력은 받지 못한 아들이 무슨 일 때문인지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던 길에 별 이유 없이(그냥 폭풍을 만났..)좌초되어 떨어진 곳이 지구. 지구에서 탈출하려면 구조 요청 기기가 필요한데 그게 추락지점 100km에 떨어져있다. 하필 양다리가 다 부러진 아버지...그리하여 아들놈 혼자 100km여행을 떠나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윌&제이든만 나오고, 그나마 윌은 다리부상으로 한 자리에 눌러 앉아잇어 결국 그의 아들만 주구장창.

아빠 말 드럽게 안들어먹는 아들 덕분에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장면들이 초반에 막 쏟아져 나올 때 쯤 보는 내가 짜증이 다 나다가, 졸음도 몰려오고. 뭐 그렇다.

아쉬웠던 건. 다 아쉬웠지만.

외계괴물 '어서'와의 추격전을 보면서 느낀건데. 이 영화. 샤말란 감독이 마음껏 대규모로 괴물과의 사투를 주제로 찍었다면 꽤나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스타쉽트루퍼즈와 뭐가 다르겠어! 할 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사람 심장 쪼이게 하는 데에는 뭔가 일가견이 있는 솜씨쟁이라, 이 영화에서도 후반부는 꽤 두근두근 잠깐 쿵쿵 했는데. 그게 개미 눈꼽만큼 분량이라서;

굳이 극장가서 볼 이유도 없지만 극장에서 안 보면 더 허무했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위안.

# 마지막 경례 씬은 근래 드물게 오글거리는 장면이었다. 왠만하면 흐뭇하게 넘기겠는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