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90년대 남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 이 후 본 영화가 80년대 여고생들의 이야기.
"써니"였다. 우연치고는. 참 평범한 우연이구나.
전작 과속스캔들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심적부담이 많이 있었을 법한 감독의 두번째 작품.
영화가 끝나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 였으니. 정말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과속스캔들의 경우 재밌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마지막 씬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 "악 쳐진다"라고 생각을 잠깐 했었다면 "써니"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참 깔끔해졌고.
(가장 큰 화두였던 "죽음"의 가벼운 전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음...재밌었다 재미없었다와는 별개로.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며 깨알같은 재미와 좋은 음악들이 함께 하는.
특히나 80년대 민주항쟁 운동과 여고생들의 패싸움을 경쾌한 음악과 함께 버무린 장면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였다.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 음악들과 추억어린 회상들, 성별이 남인지라 태생적으로 이해는;;;;
어렵지만 어쨌든 여고생들의 우정도 맛깔나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위험한 상견례"같은 작품은 같은 과거를 다뤄도 참. 고민없이 그냥...
사투리 하나로 해결하려 들었구나 싶은 게...-_-
아쉬웠던 건 마지막 성지루의 등장과 함께 해피엔딩도 이런 해피엔딩이 없을 초해피엔딩.
얼마든지 좋은 마음으로 볼 수 있었음에도, "아...역시 돈..."하고 생각이 들거나...
"이건 먹고 살 걱정 없는 아주머니들의 얘기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삐뚤어졌기 때문일꺼야.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나오는 배우 한 명 한 명이 모두 "완.소" 였다
특히 주인공 임나미= 심은경
사진으로는 확인불가한 그녀의 귀여움이란^
너무 예뻐서도 안되고 너무 못나서도 안되고 그리고 어려보여야 하는 역할에 안성맞춤.
임과 동시에, 너무 조용해서도 안되고 너무 나대서도 안되며 할 땐 하는 소녀. 도 역시 훌륭하게.
영화 흥행성적에 따라 어떻게 성장할 지 모르겠지만, 박보영과는 다른 매력의 배우 발견.
그리고 수지=민효린
"예쁜" 아이. 엄청나게 "예쁜" 친구로 나오는 민효린은. 그 전까지는 예쁜지도 어쨌는지도.
관심도...없었던 배우였는데 확실히 "써니"에서는 "예쁜" 존재감이 굉장하다. 음..
20년정도 일찍 태어났으면 많은 남자아이들의 책받침에 있었을 얼굴.이랄까.
그리고 하춘화=강소라
써니의 리더이자 구심점 역할인 하춘화 역의 강소라.
다른 거 잘 모르겠고.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자주 봤으면 하는 배우.
그냥 꽃혔단 얘기다.
마지막으로.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배우 유호정. 어쩜 그리 곱게도.
내겐 배종옥-유호정 요 두 분이 목소리까지 포함 투톱이신데. 이렇게 영화에서 오랜만에 보니.
화면 가득 화사함이^ 드라마 안 보는 이런 팬들을 위해. 영화에서도 종종 모습을....
보는 중에도, 끝난 후에도 흐뭇하게 웃을 수 있었던 영화 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