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고지전

laser RAY 2011. 7. 25. 10:48

웰메이드.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한 장훈 감독의 세번째 타석. 홈런.

전쟁, 밀리터리 영화/드라마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잘 짜여진 스토리에, 한 명 한 명 살아있는 캐릭터, 고지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
그리고 사건 하나하나를 짚어주는 친절한 설명^까지.

의도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쟁영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고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자체가 주는 색다름도 충분한 볼거리. 전쟁영화, 또는 비극적 현실을 다룬 영화를 볼 때는 "웃어도 되는 건가" 또는 "이건 비쥬얼이 너무 좋아"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왠지 조그만 죄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전투에 대한 접근이 신선했다고 얘기하기에는, 조심스럽기도 한데, 어쨌든, 이건 상업영화니까. 언덕을 향해 돌격하는 전투도, 조명탄 사이로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중공군도.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었다.

애록고지. 고지 하나를 두고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오고, 다시 점령하고 뺐기고, 그 치열했던 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면들. 휴전협정을 하는 동안은 안 싸우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뻔한 정답이 있음에도, 전쟁과 영토에 미쳐있는 세상은 최전방의 생명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광기는 빨갱이고 북괴고, 남한이고, 가리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라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다"에 필사적인 악어중대.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되뇌이는, 외치는 구호는 "싸워 이기자!"도 아니고, "북괴를 몰아내자!"도 아니고. "고지를 점령하자!"도 아닌.
"살아남아서!. 집에가자.."

군인, 전쟁. 그래도 죽는 것이 무섭고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그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는 지옥과도 같았던 포항. "니가 지옥을 알아?"라며 어린 아이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퍼붓는 김수혁이 회상한 그 지옥은. 살기 위해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았던. 그 때의 악몽.

고지를 사이에 두고 살기 위해 죽고 죽이는 남한과 북한의 병사들이지만, 그래서 생기는 유대감. 소소한 교류. 하지만 맞닥뜨렸을 땐 망설임을 택하면 죽음.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 "잘가라 전우야"라고 보내주는.

오직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병사들의 바램과는 달리 마지막 그 순간까지 한 뼘이라도 더 나아가려는 상부의 지시는, 관객들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출세를 위해 달려와 병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중대장(배우 조진웅도 인상적이었는데,,포스터는 없;;;;). 명령거부, 하극상을 논하기 전에, 살고 싶은 그들.

또 한 편의 먹먹한 전쟁영화.를 보았다.


신하균은 두 말할 것 없고. "고수앓이"라는 얘기를 어딘가에서 듣기만 했던 나로서는.
새삼, 이 배우 이렇게 잘생겼던가? 물론 연기야 내가 잘 모르니 그렇다 쳐도, 존재가 빛나는 배우 였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목소리도.
배우 류승수, 고창석 아저씨도 역시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조연들이었고.
무엇보다 가장 깊게 각인된 것은 어린 중대장 신일영 대위 역을 맡았던 배우 이제훈.
다부진 얼굴과 체격, 어딘가 앳된 인상에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실제로 나이는 꽤;;)
신일영 대위 역할 자체가 임팩트가 크긴 했지만, 그 얼굴로 그 목소리로.
"살아남아서 집에 가자"
"살아서 돌아가면 형이라고 부를꼐"
는 꽤 울림이 컸다. 제일 안타깝기도 했고. 전작 "파수꾼"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얼른.


실제 중대원들이 모여 찍은 듯한 사진^


# 어쨌든 전쟁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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