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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laser RAY 2012. 8. 10. 15:03

 

이렇게 저렇게 기회가 닿아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의 시사회. 관람.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섬머워즈'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이라는 점이 일본 현지에서나 여기에서나 화제가 되는 것 같지만, 어느 한 편 극장에서 본 일 없고 심지어 극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일이 10년 전쯤이라는 개인적인 기억을 끄집어 내보면. 이건 드문 일인거다.

심심해서 다른 블로그에 끄적거렸었던 2012년 일본 영화 라인업 정리에서 참 예뻤던 예고편이 기억에 남아있고, 원제에서 雨と雪. 요 이름들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그래서 보고 싶단 마음이 자꾸 들던 차에 마침 좋은 기회.

영화는 오프닝부터 예뻤다.  

영화의 나레이션은 늑대인간을 아버지로 두고 늑대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난 아이 중 첫째 유키. 유키는 엄마가 대학시절 처음 아빠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나즈막히 들려주고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특별할 것 없었던 대학시절을 보내던 중 특별해 보이는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남자가 늑대인간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사랑으로 극복한 하나의 용기있는 선택. 그리고 눈이 내리던 날 태어난 첫째 유키. 얼마 후 비가 내리던 날 태어난 둘째 아메. 이렇게 네 가족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불의의 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하나의 힘겨운 싱글맘 라이프 시작!

영화의 본격적인 재미와 감동이 여기서부터. 늑대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 힘들게 그려지긴 했지만 사실 현재를 사는 여는 엄마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활달하고 씩씩하고 늑대로 변신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딸 유키와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메. 자는 시간 줄여가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 하나의 모습이 애틋한 가운데 아이 둘은 점점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그렇게 휙휙 잘도 변하더니 어느새 사춘기 소녀가 되어버린 유키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힘든 비밀을 간직하기 힘든 나이. 늑대라는 정체성을 선택한 아메 역시 지금까지 키워준 엄마와 누나를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을 주저하지만 이미 '한 남자'가 되었음을 보여준다(아메는 아빠와 똑같이 생겼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두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여기까지.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늑대아이라는 판타지스런 설정을 빌려온 것일 뿐,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엄마'들에 대한 헌정이자, 당신들에게 바치는 시, 고마운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즉,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지만 "아냐 사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하고 싶은.

아빠를 잃은 남매를 키우며 남들과 다른 특이한 아이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상처받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마음, (지나치게 착하긴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형성되는 관계들. 모든 것이 끝난 후 남는 애틋함과 아쉬움(은 엔딩에서 노래로 표현된다. 뭉클한 장면)

2011년 대지진 이후 일본은 "치유"와 "부활", "열심히 건강히!"가 모든 엔터산업의 키포인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인데, 늑대아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 하다.

마지막 아메에게 하는 대사. "겡키데 싯카리 이키떼..(였나 이키로였나..)"

서로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잊지 말고. 아프지 말고. 가끔 들려주고.

그러자는.

그래서 난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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