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많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 퍼시픽림.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기대치는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갔는데, 역시나 그 이유는 '제대로 된 로봇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부푼 희망때문. 게다가 감독이 길예르모 델 토로. 비쥬얼이 끝내주는 감독인 동시에 비쥬얼에 미쳐서 막장영화 찍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 '우려'의 한 축이었던 로봇들만 나오고 별 기억에도 안남는 영화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접을 수가 있었다.
아이맥스3D관람.
보고나서 절실히 느낀 거지만 이 영화 아이맥스와 3D콤보가 아니라면 그 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젠 개봉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지금쯤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무리겠지.
영화는 간단하게. 기대와 우려 모두를 범했지만, 기대치를 max로 끌어올리는 바람에 우려부분을 덮어버렸다. 이 거대괴물들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주인공들이 뭘 어쨌건, 무슨 사연이 있건 그게 중요한게 아니더라. 라는 얘기. 인심좋게 시각적 즐거움에 도취되버린 나같은 관객들을 제외하면 열 좀 받았겠다 싶은 빈약한 이야기는..개취에 맡겨야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보는 이들을 '압도' 압도' 압도' 하는데. 오프닝부터 마음에 쏙 드는게, 보통 이런 영화들이라면 (거대 크리쳐물?!) 응당 나와야 하는 클리셰가 있다. 바닷속 원인모를 지진이 일어난다거나, 불가사의한 자연현상, 아무도 모르게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위험을 감지하는 이들..그리고 괴물의 등장, 괴물에 맞서싸우는 지구방위대 조직, 한 번의 승리에 이은 절대적인 위기, 마지막 대단원...뭐 이런 식일텐데....퍼시픽림은 그런 거 다 필요없어!!!라는 듯이.
영화 시작부터 괴수가 땋. 지구가 우당탕. 그러더니 몇 줄의 자막으로 대충 설명, 그리고는 대형로봇 예거가 뙇. fight!!!!....주인공의 잠깐의 좌절, 곧 컴백, 그리고는 예거들의 위기 + 지구 대위기 + 마지막 대단원이 쉬지 않고 전개되면서 계속 싸움싸움싸움.
이건 뭐 거의 기결결결 정도의 구성인데 그러다보니 로봇에 탑승하는 인간들이나 괴수에 습격당하는 인류의 처참함...같은 건 거의 스킵이다. 내 의지의 스킵은 아니고 그냥 영화자체에서 스킵이다. 중요하지 않아. 그러면 이게 쓰레기가 되어야하는 건가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게, 처음부터 괴수vs로봇의 싸움에만 집중해주세요했던 제작진의 부름에 응답하여 집중하면 완벽한 대규모 파티에서 한껏 놀다 오는 느낌이다. 그만큼 만족스럽다.
난 트랜스포머3편을 극장에서 보다 자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변신하는지도 모르겠고 결정적으로 그 엄청난 시가지 전투씬에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도 안되는 상태에서 현란하게 쿵쾅거리기만 하는 걸 보다보니..잠이 스르륵...
퍼시픽림은 걱정없이 괴수와 로봇에 싸움에 즐겁게 임할 수 있었고, 여기에 어린시절 로봇만화 추억은 보너스. 위기의 순간엔 어김없이 플라즈마 캐논포를 쏘고, 엘로로켓펀치가 있으며, 무적검이 등장한다. 유조선을 몽둥이삼아 때리고, 양 주먹에 컨테이너박스를 쥐고 싸운다. 여하튼 압도적.
채이닝테이텀과 히스레져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 하지만 존재감 없는 주인공과 이 영화에서 유독 못쉥기게 나오는 기쿠치 린코는...열외로 두고 이드리스 엘바의 묵직함, 반가운 론펄먼과 찰리데이 정도는 제 몫을 했지 않았나 싶다. 자. 이제. 감독님이여. 헬보이3를 어서 만들어 주세요. 퍼시픽림2보단 헬보이3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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