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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laser RAY 2012. 9. 5. 09:39

 

발음하기도, 외우기도 더럽게 어려운 이름, 그래서 그냥 원티드의 그 감독 쯤으로 외우고 있는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신작 링컨 뱀파이어 헌터.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쓴 소설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만든 작품.

이 아저씨가 나이트워치와 데이워치를 만들어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헐리웃으로 건너와 원티드로 대박을 친 사연쯤은 이제 너무 유명한 얘기다. 원티드를 보고 뭔가 말도 안되지만 날것의 생생함이 좋아서 찾아봤던 나이트워치는 기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지루했던 영화였다(덕분에 데이워치는 사놓고 아직까지 안보고 있지...)..그가 다시 한 번 액션의 불을 지펴보겠다! 하고 만든 게 바로 요 링컨인데...

사실 말이 안된다고 트집을 잡으려면 세상 어느 영화가 피해가겠나. 팔을 대차게 휘둘러 총을 쏘면 총알이 미친듯이 턴을 해서 막 한 바퀴 돌던 원티드는 가당키나 했는가. 하지만, 최소한 영화를 보면서 내용에 납득이 안가거나 저건 뭐야 하는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링컨을 한 번 보자.

어린 시절 링컨은 어머니가 뱀파이어에 물려 죽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복수를 다짐, 결국 뱀파이어 헌터 스승인 헨리를 만나 무시무시한 도끼질을 연마하고 헌팅에 나선다. 어머니의 복수와 함께, 법학 공부를 병행, 정치인의 꿈도 함께 무럭무럭. 결국 뱀파이어 대장을 죽이지 못한 채 청춘을 마감한 링컨은, 이제 그만 하자 라고 결심, 착실히 공부하여 대통령이 된다(?!). 노예제도 때문에 발발한 남북전쟁이 사실은 노예를 식량공급원으로 썼던 남부지역의 뱀파이어들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있는 링컨은 다시 도끼를 꺼내들고, 얼굴만 급속히 노화, 신체능력은 그대로인 채로 남북전쟁의 종결을 지으러 뱀파이어 대장과 한 판 붙는다.

뭐. 요 정도의 내용인데. 언뜻 내가 간추린 내용만 봐도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아무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이 뱀파이어와 대결을 휴전하고 대통령이 된다...노화상태만 봐도 대략 15년은 흐른 것 같은데, 링컨이 안 싸운다고 뱀파이어들도 그 긴 세월 가만히 놀고 있다는 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심지어는 그러고 잘 살다가, 링컨이 대통령이 된 후, 갑자기 링컨의 아들에게 테러를...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그랬다면 진즉에 링컨의 와이프에게 테러했으면 될 일을;;;

또 링컨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윌과 스피드. 두 인물의 활약 또한 분에 넘치게 황당한데. 스피드의 경우 링컨이 일하는 가게의 사장님..어떤 특별한 친분관계가 형성되는 에피소드 없이 그냥 어딘가 쪼잔해보이는 사장님. 헌데 링컨이 뱀파이어 대장과 한 판 붙으러 가는 날 "사실은 난 뱀파이어 헌터고 지금 싸우러 가오 같이 갑시다" 라는 한 마디에 쿨하게 동네 마실 나가는 듯 합류하여 미친 활약을 선보인다. 링컨의 흑인 친구 윌은 어떠한가. 성장배경도 모르겠고 어쨌든 갑자기 장성하여 나타나서는 링컨보다 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링컨의 결혼에피소드 역시.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는데 링컨이 엄청나게 이상한 타이밍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받아들이고 바로 결혼. 약혼자는 첫등장에서 뭔가 악당의 기운이 솔솔 풍겼으나, 그게 전부였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도 등장조차 하지 않는 쿨남.

링컨이 도끼를 들고 뱀파이어 사냥을 한다고? 에이 말도 안돼.....이런 얘기가 아니라. 난 그런 설정 엄청 좋아하고 재밌게 볼 자신 있으니. 그런데 최소한 내용의 개연성이나 각 캐릭터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말도 안되는 얘기라도 재밌게 흘러가지...이건 뭐....

주인공인 벤자민 워커(흡사 젊은 날의 리암니슨같다)가 크게 매력이 없는 것도 어쩌면 배우보다는 캐릭터의 문제였지 않았을까 싶고;;;히로인 메리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최근에 어디서 봤더라 봤더라 캤더니 음..얼마 전 감흥없었던 '괴물'이었구나.^

그렇다고 이 영화의 미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역시나 화끈했던 원티드의 명장! 답게. 액션씬은 하나하나 차례차례 곱씹어볼만큼. 몰아침이 보통이 아니다. 처음 뱀파이어와의 대결, 말 위에서의 싸움, 뱀파이어 대장과의 1차 혈투, 마지막 기차에서의 '수퍼'액션. 등등 . 시원~한 액션이 요기 다 있네 할 정도. 토탈리콜이 근사하지만 왠지 어디서 한 번쯤은 본 것 같아서 슬쩍 잠이오는 액션이었다면 링컨은 그냥 돌직구와 변화구를 섞어서 들었다놨다하는 그런 맛이^

결국.

아쉽지만 그래도 극장에서는 볼만하다고....하고 싶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