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거 없나..하던 도중 미드 The Office가 그렇게 재밌다는 글을 곳곳에서 읽고..
음..일단 도전? 하다가, 원작이 따로 있단 얘기에, 그럼 원작부터 시작해야지.
여차저차해서 보기 시작한 영국 드라마. The Office.
"캐릭터가 짜증나서 도저히 못보겠다"
"웃기지도 않고 어디서 웃어야될 지도 모르겠다"
"우울하다"
"보다 말았다. 미국판이 훨씬 낫구나"
이런 저런 악평들과 미국판과의 비교글 등.이 있었지만 영국영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므훗한 귀 때문에 별 걱정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적응하는데는. 10분도 채 안 걸린 듯. 모큐멘터리 방식의 시점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주인공 리키 저베이스가 연기하는 데이빗 브렌트. 이 캐릭터가 완전 마성이었다고나 할까.
세상에서 제일가는 맥끊기 재주. 와 더불어 인종/성차별을 제일 싫어한다며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저급한 유머들, 남탓하기, 변명하기, 게다가 급성질에, 쪼잔함까지. 최악의 보스가 갖추어야할 모든 덕목을 가진 완전체. 이 모든 연기를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디테일하게, 완벽하게 표현해낸 리키 저베이스의 역량이 없었더라면 뭔가 어설플. 뻔 했다. 정말 "완벽"했다.
가끔씩 정말 때려주고 싶었으니까. 영화와 예능과 현실을 잘 구분한다고 생각하고, "방송은 방송일 뿐이야"라고 늘 생각하는데오, 이 인간은 실제로 이런가. 라는 생각을 했으니.
리키 저베이스는 영국에서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코미디언. 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오피스도 주연뿐만 아닌 각본/감독을 모두 맡은 다재다능한 사람이고, 극중에서도 나오지만 기타에 노래까지, 음악에도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이는.
드라마 재미의 일등공신이자, "빡쳐서 못보겠다"라는 드라마 악평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공동 각본/연출/제작을 한 스티븐 머쳔트와 콤비로, 드라마 엑스트라, 영화 세머테리정션 등을 만들었고, 엑스트라로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연기파 배우^
한 시즌에 6화씩. 2시즌 12화, 그리고 크리스마스 스페셜 2화까지 총 14화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인원감축에 들어간 영국의 제조회사의 한 지점, 웰헴호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방식은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형식으로, 극중인물들의 인터뷰와 일상생활이 실제처럼 그려지는.(간단하게 영화 블레어윗치나 그 후 클로버필드, REC등을 떠올리면 된다)
지점장 데이빗 브렌트를 제외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4~5명. 정도 되는데, 가장 핵심인물은 팀. 농담을 좋아하고, 꿈은 있지만, 회사에 몸은 묶여있고.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까지의 과정일 뿐이라고 스스로 자위하지만, 결국 승진과 연봉에 회사를 떠나지 못한 우리네 샐러리맨과 같은 30살의 젊은이..(ㅜ.ㅜ)
하는 리은 돈과 함께 키넌 놀리기가 전부인 듯 하지만 어쨌든 될듯 안될듯 조마조마한 사내연애를 이어가는 남자. 드라마의 유일한 멜로라인을 담당. 마지막은 너무 예뻤다^
유머있고 귀엽지만 약간은 소심한 이 남자를 연기한 이는 최근 드라마 셜록에서 왓슨 역을 맡아 한창 주가상승 중인 마틴 프리먼. 2012년 개봉 예정인 피터잭슨의 영화 호빗의 주연이 되면서 그의 인기는 더욱 더 쭉쭉 올라갈 듯 하다. 보는 내내 호빗같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만큼 정말 호빗같다^
또 한명의 중심인물은 개러스 키넌.
팀과 돈의 놀림을 받지만 스스로 놀림을 받는다는 자각을 못할 정도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그리고 본인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하는 군인출신의 남자. 지점장 데이빗브렌트가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개러스 키넌은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지 말이 옳다. 보다보면 문득. 주위에 놀랍도록 많은 인간유형이란 걸 깨닫게 된다.(스스로는 브렌트타입이라고 생각한다.;;;ㅎ)
뭔가 보기만해도 히스테리컬한 이 남자는 영국배우 메켄지 크룩.
저 얼굴에 약간의 수염과 거지분장만 하면 판타지 영화에 곧잘 어울리는 용모로 변한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캐러비안의 해적, 그림형제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
차기작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는 애니메이션 "팅팅의 모험"
마틴 프리먼과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접수가 예정되어 있다.
팀과 함께 드라마 멜로라인의 한 축. 돈.
뭔가 듬직한 체구를 가진. 접수원. 특별히 바쁘지 않아 보이나, 어쨌든 늘 자리에 있는.
삽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꿈은 그냥 꿈이고. 약혼자 리에게 붙잡혀 살지만, 같은 사무실의 팀과 매일 장난을 치면서 슬며시 스리슬쩍 사랑에 빠질...듯. 빠질랑말랑.
돈을 연기하는 루시 데이비스.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주인공 무리 중 한 명으로 등장. 그 외 다수 영국 드라마&영화에서 활동...(본 게 없다. 새벽저주빼곤;;)
그닥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권태롭고 자신없는 접수원에는 적역. 그래도 잘되서 다행.
그 외에 브렌트와 얼핏 죽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브렌트를 우습게 아는. 크리스핀치
중반부터 몇 분이라도 모습을 드러내며 주인공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결국 데이빗브렌트를 해고하는. 훈남. 스웬든 지점의 닐 지점장
비중은 그닥 큰 것 같지 않았지만 무게감/존재감은 어마어마했던 키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조용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진상아저씨의 쇼.
이거야말로. 너무 재밌고 좋은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
가장 좋았던 장면 하나를 꼽자면. 생각보다 행복한 엔딩이어서 더 좋았던 크리스마스 스페셜.
영국의 국민밴드 Take That의 Back For Good이 흐르며 미묘한 둘 사이의 감정을 보여주던.
몇 번기고 돌려봤던^
기억에 남을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