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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laser RAY
2011. 7. 11. 09:36
해리포터의 원작소설은 1부 마법사의 돌을 읽은 게 전부(꽤 재밌게 읽었으나 그냥 그걸로 끝).
하지만 영화는 1편부터 5편까지 모두 극장에서 보았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1, 2편은 그냥
겨울 연례행사정도로 여겼으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3편부터 영화적 재미가 가득해지기 시작.
시리즈 중 가장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던 3편이었지만 해리포터라는 프랜차이즈가 다양한 관객층
을 끌어들이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영화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아이들의 막대기 장난이 아닌,
음산한 공포영화의 느낌과 암울한 사춘기 아이들, 게리 올드만이라는 명배우의 출연까지 더해진
3편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영화.
암튼, 그렇게 해서 확장된 해리호러포터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은 감독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 등을 감독한 마이크 뉴웰. 비록 최근 '페르시아 왕자'..라는
어마어마 실망스러운 작품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가 책임을 지고 이끌었던 해리포터 불의잔은
만족스런 연작이었다. 시리즈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 후에 트와일라잇으로 스타
가 되는 로버트 패틴슨은 덤. 해리포터 시리즈는 확실히 "비극"같은 느낌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마지막을 이어받은 감독은 헐리웃에서 신인이나 다름없는 데이빗 예이츠.
그가 처음 만들었던 시리즈 5편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은 개인적으로 3편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로
시리즈 중 가장 손에 땀을 쥐며 보았던 영화. 아이들 영화이길 완전히 포기해버린 듯한 5편은,
영국 사립학교의 보수적인 기조와 음험한 분위기, 고립되고 상처받는 캐릭터들로 완연한 성장영화
로 기억된다.
여기까지가 해리포터에 대한 기억들. 이 후 잠시 소홀해진 틈을 타서 올 해 10년의 여정 끝에,,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2부. 마지막 편이 개봉된다. 마지막 편의 흥분을 놓치기 싫어 부랴부랴,,
보지 않은 편들을 체크했다. 부지런히 5편까지는 예전에 본 덕분에 일단 6편 혼혈왕자DVD play.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 되살리는데 조금 시간을 할애했지만 별 무리없이 몰입.
훌쩍 커버린 세 아이들의 만남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는 그네들이
참 좋아보였다(이것은 흐뭇한 삼촌의 미소인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설정은 역시,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는 좋은 친구 사이로 남는
다는 것이다. 둘이 연애하고 사랑했다면 지겨운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
론과 헤르미온느의 풋풋한 관계가 시작되려 하고 해리포터도 론의 동생 지니와 설레임 가득한
키스를 나눈다. 요것들 봐라.
처음부터 덤블도어와 함께 행동하고 (마치 마지막일 것임을 예고하는 듯)이것저것 나누는 장면에
유난히 많은 분량이 할애되더니. 결국 덤블도어의 죽음으로 끝나는 '혼혈왕자'편은, 그 밋밋하기로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밋밋스러운 마무리를 보여준다.
특별히 하이라이트라고 부를만한 장면도 없거니와 해리포터가 주인공으로서 해결하는 별다른 일
도 없는 것이 특징. 하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덕분에 심심함, 지루함은 들지 않으니..
이게 바로 원작소설의 힘?!
해리포터가 시작부터 줄곧 이어온 정서는 "어디에 있어도 주인공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것인데,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장소이다. 언제든지 첩자가 있을 수 있고, 악의 힘
에 사로잡힌 인물들이 항상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것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기에 관객들도 늘 긴장하고 있다는 것. 말포이가, 스네이프가, 또는 새로 등장하는 교수가,
교내에서 어떤 일을 벌일 지 조마조마 긴장하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또는
최대한의 방어막이었던 덤블도어 교수가 시리즈에서 사라짐으로써 불안감은 배가 되겠지.
해리포터는 더 외로워질 것이고 더 성장할 것이고 세 친구는 분열하기도 뭉치기도 할 것이다.
이제 죽음의 성물 1부를 보고 2부 개봉시에 바로 달려가야겠다.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보다 더 위대한 프랜차이즈 해리포터의 마지막을
꼭 함께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매번 시리즈를 볼 때마다 그냥 참 고마운. 엠마 왓슨.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