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 Final Destination 5
laser RAY
2011. 9. 19. 12:25
11년전. 2000년. 아마도 군대를 가기 전, 미친 듯이 영화를 보던 그 때. 시리즈의 1편을 극장에서 봤었더랬다. 흥미로운 소재에 끌려서 찾아봤던 영화였는데, 의외의 빅재미가 있어서 양 손 엄지손가락 세우며 추천하고 다녔지만, 그닥 별 호응을 받지 못했던..
시작이었던 1편은 고어물도 아니었을 뿐더러, 정말 "자연스럽게"죽는 상황들이 묘사되어서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일상의 공포가 참으로 적절하게 요소요소 군데군데.
Idle hands(국내 개봉명 크레이지 핸드)에서 제시카 알바와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데본사와의 몇 안되는 히트작이자, 아시안 출신으로 헐리웃에서 성공이 시작된 제임스 왕 감독의 출세작이기도 했다.
1편 얘기는 그만하고. 미국에서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고루 받은 1편은 '돈 되는 호러는 시리즈야' 정신답게 2편으로 3편으로 줄기차게 나오기 시작한다. 어차피 이 영화는 모든 시리즈가 내용이 똑같다. 달라질 수가,,,달라지기가 힘들다. 큰 사건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알 수 없는 죽음의 힘에 휩쓸려 결국은. 운명적으로. 간단히 말해서 "뒈질 놈은 뭘해도 뒈진다"가 주요 골자이기 때문에 상황만 바뀌는 거다. 그럼 결국 선택해야할 지점은 파고들어서 "왜 그럴까!"를 보여줄 것인가..아니면 같은 상황의 반복속에 자극을 추가할 것인가. 인데. 이 시리즈는 후자를 택했다. 더욱 더 처참한 죽음. 이미 "일상의 자연스러운 사고사"는 온데간데 없고 죽을려면 어쨌든 더 화끈하고 잔인하게 죽어라. 정신.
그래도 난 재밌었다. 알고 봐도 재밌고 모르고 봐도 재밌는 시리즈.
각 시리즈의 오프닝을 정리해보면.
1편은 비행기 폭발 사고
2편은 고속도로 사고
3편은 롤러코스터 사고
4편은 카레이싱 경기장 사고
5편은 어떤 사고가 벌어질까 봤더니 2편과 어느 정도 비슷하려나 싶었다가 스케일이 확 커진.
다리 붕괴 사고. 어쨌든 또! 미래를 예견한 주인공 덕분에 살아남은 자들이 죽음의 신에 쫓겨다닌다. 1~4편과 다름없이 또 죽어나가겠구나. 이건 뭐 예상도 아니고 그냥 정설.
5편에서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가 몇 가지.
3D. 이제 잔혹한 순간들을 실감나게 3D로 즐기라는 친절한 배려. 하필 일반 상영관에서 보는 바람에 그걸 못느꼈지만, 오프닝부터 얼마나 3D를 배려했는지 알 수 있는 화면구성;
그리고 추가된 룰. 내가 죽기 싫으면 남을 죽여라. 그 동안은 "그냥 피해라" 또는 "잘 넘겨라" 정도였는데 그래봤자 다 죽는 거 뻔히 아는 사실이라서. "남의 삶을 대출받아라" 정신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죽고 죽이는 싸움이 살짝 벌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아 이건 정말 그럭저럭했던 영화에서 백미였는데..
어쩐지 주인공들이 왜 이 시대에 스타텍 핸드폰을 쓰나 했다. 클래시컬한 애들이군. 이라고만 생각해버리고. 그냥저냥 몰입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모든 죽음을 피하고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탄 주인공 두 남녀.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며 소동을 부리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언뜻 보이는 데본사와. 그리고 그의 친구들.!!!그건 비행기 사고를 예견하고 내렸던 1편의 주인공들이었던 것! 그랬던 것! 그랬던 것이었더랬다!!!스타텍이 자꾸 눈에 거슬렸던 이유였구나!.
이 이야기는 2000년 이전의 이야기였던 것.
그렇게 1편의 추억이 아스라히 떠오르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씬은.
5. 4. 3. 2. 1 카운트다운과 함께 그동안 시리즈에서 죽었던 모든 이들의 죽음 장면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
정말 대미를 장식한달까! 1편과 5편을 극장에서 본 건 무슨 운명이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기분이 급좋아지는 라스트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5편이 끝은 아니란다.
모든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일한 생존자 토니 토드(죽음의 운명에 대해 알려주는 아저씨-캔디맨)은 7편까지 이미 계약을 마쳤다고 하니 앞으로 두 편은 더 나올 듯. 난 대환영.
상큼한 5편이었습니다. 11년전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