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최종병기 활

laser RAY 2011. 9. 19. 09:20

예상을 깨고 2011년 최고 흥행기록을 달려가는 영화. 최종병기 활.
볼까말까 리스트에서. 봐야겠다 리스트로 전환하여. 뒤늦게 달려가서.

박해일도, 류승룡도 모두 좋아하는 배우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박기웅도 꽤 관심이 있던 배우라 얼마전의 그의 인터뷰를 보고 봐야겠네 싶던 시점이기도 했다.

극락도 살인사건도 무척 재밌게 봐서 감독에 대한 신뢰도 어느 정도 있었고.

뭐 이래저래. 구차한 것들을 근거삼아 봤다.

영화는 인조반정을 시작으로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스토리 자체는 명명백백하게 심플하다. 마치 예전 홍콩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는게 나에겐 그립기도, 그만큼 반갑기도 했던 영화.
아버지를 잃고 절치부심 활기술을 닦으면서 자란 남이.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시대를 원망하며 살아가는 탕아. 그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하는 여동생 자인이 있다. 남매를 거둬주었던 은인의 아들 서군과 자인이 사랑을 하게 되고 둘의 혼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이.하지만 둘의 혼인날. 병자호란이 일어나면서 청의 군대가 쳐들어오고 서군과 자인은 청나라에 잡혀간다. 이에 홀로 맞서는 남이. 청나라 최고의 무인 쥬신타의 부대를 상대로 일당백의 싸움에 도전한다.

이 얼마나 심플하게 두근대는 스토리인가! 네이년 같은 곳에서는 비슷한 영화로 "아포칼립토"등을 꼽는 모양인데, 그건 그냥 호랑이 때문인 것 같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왔던 영화 중에는 "테이큰"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홀홀단신 조직을 붕괴해버리는 리암니슨 아저씨.

물론 남이는 "조선의 활은 지키기 위한 것이다"라는 대사를 뱉긴 하지만. 지킨다고 하기엔 너무 많이 죽였을 뿐더러, 청의 왕자님은 불에 태우지 않았나..-_-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쥬신타와 남이의 카리스마 대결에도 있지만 역시, 영화내내 보여지는 스릴 넘치는 추격전. 과 활의 특성에 기댄 저격수간의 대결.(또 한 번 슬쩍 떠올랐던 영화는 저격수들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너무나 멋지게 잡아주었던 "에너미 엣 더 게이트")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오빠의 눈물겨운 사투와, 왠 무지렁이 한 명(그들의 입장에선)때문에 왕자까지 잃어버린 청나라 긍지높은 무인의 혈투가 꽤 볼 맛 난다.

또 하나 좋았던 건. 말로만 "여자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다"라고 안 그런 척하며 결국엔 전형적이었던 수많은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의 자인은 정말 무대뽀에 활약이 쏠쏠한 여성이다. 문채원의 연기가 좋았다던가, 그런 건 못느꼈지만 "자인"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참 매력이 넘치는. 그런.

흥행이란 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가문의XX"같은 시리즈와 흥행 1,2위를 다툰다는 것은 글쎄.^

-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이 꽤 있어서 놀랐다.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을 잘 만들어온 것 같은데, 웃음이 터질만한 장면이었나.
- 김무열은 아쉬웠다. 그냥. 고지전을 보고 이제훈에게 홀딱 반하고 왔어서 그런지. 왠지 이제훈이 엄청 잘 어울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