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의뢰인
laser RAY
2011. 9. 27. 10:00
법정영화가 성공한 경우도 없고 제작편수 자체도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불모지. 에 가까운 장르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흥미진진하게 본 기억이 아직 남아있기도 해서 '의뢰인' 역시 조금의 기대를 가지고 관람.
먼저 출연배우들의 면면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한껏 기대치를 높일 만큼 실하다. 하정우와 박희순, 그리고 연기잘하고 싶은 눈빛이 너무 강렬한 장혁. 조연에는 성동일, 박혁권까지. 일단 영화를 떠나 이 사람들을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사건은 미스테리한 밀실살인(정확히는..문은 열려있었으므로..밀실은 아니지만). 용의자는 단 한명으로 좁혀진 상황. 부인의 죽음에 어안이 벙벙한 용의자. 남편 한철민(장혁). 직업상 열 손가락에 지문이 없다지만 어쨌든 수상한 남자. 용의자 한철민을 변호하게 된 변호사 강성희(하정우). 딱히 정의감이 투철하진 않은 것 같으나 어쨌든 의뢰받은 일은 성공시키는 남자. "누가 잘못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게 최선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변호사. 그리고 한철민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검사 안민호(박희순). 물적증거는 없지만 어쨌든 범인임을 지나치리만큼 확신하는 남자.
대략의 시놉시스인데, 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숱하게 봐왔을 설정&캐릭터임에도 늘 흥미진진하게 빠져들 수 있는 소재^
거기에. 이전에 벌어졌던 부녀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한철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담당검사가 안민호였다는 점. 한철민을 쫓는 형사(박혁권)의 존재가 드러나며 점입가경.
마지막...반....전?...-_-
반전에 목맨 영화도 아닌 것 같고, 사실 반전 같은 거 없어도 2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는데, 어쨌든 영화다운 결말이긴 했지만 살짝 김빠지는 건 사실이었다. 프라이멀피어도 떠오르고 이 영화도 떠오르고 저 영화도 떠오르고. 그래도, 순전히 "말빨"로 유지되기에는 부담스러운 러닝타임이었음에도 지루함없이 보았다는 것으로도 만족.
일단 물적증거가 없지만 범인이야! 라고 내내 외치는 안민호 검사에게 조금 더 납득할만한 당위성을 부여했다면 좋았을 걸. 보고 있는 관객들도 갸우뚱하게 만들면. 게다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결국 그런 설명은 영화 자체에서도 일언반구도 없다. 결과적으로..."오 감 좋은 검사였구나!" 정도려나. 촉이 발달한 검사로 그치지 말고, "아 저 검사가 그럴만 했구나"했어야 했는데.
좋았던 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강성희 변호사가 어설픈 정의감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살짝 그런 기운이 느껴지긴 했으나, 어쨌든 끝까지 캐릭터가 유지되었다는게 맘에 들었다.
# 하정우는 역시 하정우. 이게 장점같기도 단점같기도. 비스티보이즈의 그 녀석이 변호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영화에서의 그 녀석이 변호사가 된 것 같기도 한 그 느낌. 특유의 제스츄어도 그대로^
# 배우 박희순은...출연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서...연극같은 대사톤이..-_-
# 장혁이 울 때는 하필 법정에 성동일마저 있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추노 생각을..대길아...
# 박혁권이 진술 할 때는 또 UV 생각까지....-_- TV를 그만 봐야겠어....
그래도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