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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극장판 10기 스트롱 월드 One Piece Film: Strong World
laser RAY
2011. 9. 8. 17:54
애니를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결국 TV애니메이션을 보지는 않았지만.
처음 일본을 갔었던 2003년. 일본어라고는 '하이'밖에 몰랐던 시절, 마침 극장개봉을 했던 원피스 극장판 4기 데드앤드의 모헙을 그냥 봤더랬다. 그냥. 그래도 재밌을꺼야라는 믿음에.
재밌었는지 어땠는지. 그 때는 일본에서 처음 가보는 극장. 이란 사실 때문에. 정작 작품 자체는 기억에 남아있질 않는다. 하물며 1시간을 넘게 아무것도 못알아 듣고 있었는데 뭐.
그리고 일본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몇 편의 극장판을 보았으나, 역시 원작만화의 장엄하고 애절(?!)한 스토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단점이 보여, 금새 흥미를 잃거나. 또는. 기억을 잃곤 했다(봤나? 봤던가?..)
2010년 원피스 10기 극장판이 개봉을 했었더랬다. "이번에는 다릅니다!"라고 천명한 원피스 10기는 "STRONG WORLD"라는 왠지 강력한 제목과 함께. 작가 오다 에이치로가 제작 전반에 참여하여 기존 캐릭터의 스타일링은 물론, 새로운 캐릭터들까지 모두 손을 댔다는 것이 이전까지의 극장판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범프 오브 치킨, 도리카무 등 일본 제1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주제곡에는, 드디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스터 칠드런까지. 이래저래 화제가 되었던 10기 극장판.
...을 2011년이 다 지난 지금에서야 보았다. 나의 원피스에 대한 애정이 이다지도...!-_-
간단히. 20년만에 갑자기 나타난 바다의 지배자 금사자 시키. 우연히 시키와 만나게 된 루피 일행들. 천재 항해사인 나미에게 눈독들인 시키가 나미를 납치해가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루피 일행은 시키와 정면대결을 펼친다. 와중에 시키의 최종목적이 루피와 조로, 산지(에게는 마음의 고향)의 고향인 이스트블루의 파괴라는 것을 알게 된 밀짚해적단은 더욱 더 힘을 내어 시키와의 전투에 임하게 되고. 늘 그렇듯이. 승리한다. 늘 그렇듯이 눈물나는 동료애에 눈물내는 나미가 등장하는 그런 엔딩.
가만히 보다보면 갑.툭.튀. 캐릭터 금사자 시키에 대한 배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원피스zero가 선공개되었는데, 이는 만화로도 애니로도 있으니 먼저 보거나. 영화 후에 보거나. 아무렇게나 보는 거 추천.
옛날 옛적 골디로져가 해적왕이 되기 바로 직전, 골디로져와 함께 바다를 지배하던 사나이가 바로 금사자 시키. 해군들에게 골칫거리인 이 두 악당이 한 판 크게 붙었는데, 뭐가 어찌되었든 암튼 골디로져가 이겼다. 시키는 로져는 대단한 남자라며 은둔하게 되었고. 그랬던 것이었는데! 로져가 해군에 잡혔다는 소식이 들리게 되고, 그럴 리 없다며, 내가 인정한 남자라며! 시키가 해군본부에 홀홀단신 쳐들어오게 된다. 평화를 상징하는 이스트 블루에서 처형당할 거라는 얘기에 더욱 격분한 시키(그렇게 약해빠진 바다에서! 해적왕을!)...센고쿠와 거프. 2명과 싸우나 역시 역부족. 2:1의 싸움에서 패한 시키는 임펠타운 레벨6에 갇히게 되고. 로져가 "세상의 모든 것을 그곳에 두고 왔다. 원피스!!!"를 외치며 대해적 시대가 열린 후 어느 날. 양발을 스스로 자르고 탈옥을 하게 된다. 20년 후의 복수를 기약하며.
해서 2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가 바로 스트롱~월드~. 제로편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제로에서 다루는 대해적시대 이전과 직후까지의 스토리중에 지금껏 원피스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들의 과거를 조금씩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다. 루피는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시키와 만나는 흰수염. 골디로져시절의 버기와 샹크스. 로져의 곁을 떠나 우솝의 아버지 야솝을 만나는 샹크스. 비비공주가 태어나기 이전의 알라바스타 왕국. 쵸파가 태어나기 전의 닥터히루루크와 쿠레하. 거프가 애지중지 아끼는 갓난아기 에이스. 그 때도 현상금 7천만베리로 쫓기는 로빈. 인간이었던 프랭키와 톰. 이미 유령이 되어있던 브룩. 울고 있는 라분. 그 때도 싸우고 있는 두 거인 도리와 브로기. 그 때도 여전히 꿈을 파고 있는 롤랜드. 전투준비중인 벨메일.
대충 요 정도 떠오르는데. 아무튼. 하나하나가 팬들에게는 다 소중한 장면이라는 거.
다시 스트롱월드로 넘어와서.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의욕에 넘치셔서 그랬는지. 스트롱월드에서는 각 캐릭터의 새로운 스타일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그 동안 보여준 적 없는 패션감각으로. 신선하기도 하고. 특히나 유독 섹시미를 강조한 나미때문에. 아주 그냥. 의도적인 바스트샷은 물론이요. 수영복 내지는 핫팬츠로만 일관. 머리 질끈 묶고 안경까지 쓴 로빈과는 실로 대조적.
전에 없던 "간지"를 제대로.
10기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 중 가장 대표적인 이는 1명과 1마리가 있겠는데. 먼저. 인간.
나미를 부를 때 말끝마다 BABY짱~ 하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싶더니. 역시나. 일본 영화계/방송계의 거성 타케나카 나오토가 성우를 맡아, 악인이지만 왠지 밉지 않은 목소리를 100%소화해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은 캐릭터^
그리고 한마리.
원피스 시리즈의 전매특허 마무리 1:1:1:1:1:1:1:.....1 다이다이.
루피가 시키와 싸우는 동안 조로는 뿡뿡삐에로검사와, 산지는 고릴라와.
쵸파와 우솝은 나미구출. 프랭키와 로빈, 브룩은 딱히...잔챙이들 처리.(블랙 수트 차려입고 들어온 것 치고는 나머지들이 너무 아무것도 안했달까).
재밌던 건 저 유명한 영화 킹콩의 명백한 패러디^ 살짝 웃음짓게 만드는 센스.
그리고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며, (미스칠의 팡파레가 빰빰빰 나오며)원피스 제로처럼 잠시동안 먼 동네를 보여주는 듯 하더니. 흰수염-에이스-샹크스가 차례대로 등장.
그렇게 끝.
어느새 원작에서는 1부가 끝나며 금사자 시키따위 아무 시키도 아닌 것처럼 더 강해진 밀짚모자 해적단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걸 다 알고 있어도. 패기 정도 써주면 그냥 끝날 일이라는 거 알아도, 파워인플레 빡빡해진다는 거 느끼고 있어도.
난 원피스는 무조건 재밌다. 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