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똑같은 영화를 봐놓고 누구는 '최악의 결말을 보여준 졸작'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인간의 위선과 광기를 표현해낸 걸작'이라고 한다. 스티븐 킹 원작,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미스트는 평단과 관객의 격렬한 논쟁을 낳았던 영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정답은 없다, 아니 있다. 직접 보고 느끼면 되겠지.
난 '걸작'에 손들어주고 싶다. 괴물이 등장하는 블럭버스터나 고어/호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엄청난 졸작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다. 역경을 헤치고 괴물을 처치하고 영웅이 되는 주인공을 바랬던 이들은 이 찝찝하고 허무한 결말에 엄지손가락을 내렸을 수도.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영화가 아니란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자. 이 영화의 괴물곤충들은 비쥬얼적으로도 영 어색할 뿐더러 영화의 주제의식을 위한 양념일 뿐이다. 문제는 인간들의 행동변화. 눈앞에 보여야 믿고, 봐도 믿지 못하고, 안보고 안믿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내 능력을 초월한 일에는 무섭게 빠져들어 미쳐가는 인간들도 있다. 남을 위해 희생할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으며, 무섭다고 말 못하고 결국 무서워서 죽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그건 모르는 거지. 집단의 광기에 말려들 수도 있는 것이고, 나라면 살 수 있단 뻔뻔한 믿음으로 용기있게 앞장서서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거겠지.
괴물곤충들과의 대치, 처절한 싸움만으로도 이 영화, 나에겐 상당히 재밌는 영화였는데, 마지막 엔딩이 지나가고, 묘한 울림까지 남긴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