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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이트 Super 8

laser RAY 2011. 6. 27. 13:40


흥행대마왕 스티븐 스필버그와 낚시제왕 J.J 에이브람스의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광스런 80년대의 재현이었다.

정말 이제는 발꾸락으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스필버그의 영화이니만큼,
의심은 없었고, "넌 진짜 좋아할거다"라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의 추천평에 더 설레었던 만큼.
역시 재밌더라. 위의 포스터처럼, 그 시절 그 때 보았던 영화들이 어렴풋이 슬며시 떠오르고,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웃을 수 있는 소년소녀들을 본 게 얼마만이지. 대체.

스필버그를 필두로 그 때 봤던 영화들은 늘 그랬던 것 같다.
구니스, 하워드 덕, 피라미드의 공포, 백투더퓨쳐, 그렘린, 인디아나 존스, 로맨싱스톤,
E.T,,, 뭔가 마을에서 엄청난 소동이 벌어지고 때로는 전세계를 위협하는 큰 사건이 벌어지지만
모두 끝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복한 일상으로. 그리고 조금 더 성장한 주인공들.
그리고 "와 재밌었어" 하고 웃고 나오는 나. 친구. 가족.

잊고 있었다가 다시 생각해냈다. 슈퍼8 덕분에.
영리하게도 J.J 에이브람스의 떡밥을 초반에 배치해둠으로써 더 빠져들 수 있었다.
보일 듯 말듯 알듯 말듯 당최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 미지의 생물. 묘한 기운이 감도는 마을.
여기까지가 떡밥. 그 이후에는 아이들의 대활약. 이제부터 스필버그.
사실 예전 영화에 비해 엄청난 모험이 나오는 건 아닌데, 그네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
포격이 난무하는 전쟁터를 달리고, 다리에 뼈가 튀어나오는 부상을!(이런게 변한 점이려나)
어쨌든 꽤 삭막한 모험을 끝내고 나서는. 주인공은 풋풋한 사랑에 눈을 뜨고, 더 이상 엄마의
부재에 슬퍼하지 않으며, 아빠와 화해한다. 좋아.

그리고. 녀석들이 만든 단편 좀비영화. 이게 백미랄까.
로메로 감독에 대한 헌사인지,(80년대가 배경이니) 로메로 화학이 깨알 등장.
마지막은 마이쉐로나~~~로 끝.

배우들 얘기를 빼먹을 뻔 했네.
이 영화를 처음 본, 아마 전세계 관객들도 처음 봤을 조엘 코트니.
앞으로 어떻게 클 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귀염상이긴 한데. 10년 후 쯤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고.
그리고 처음 제대로 본 다코타 패닝의 동생양 엘르 패닝.
언니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가 있어서 새로웠다. 다코타 패닝은 왠지 "연기 쫌 하는" 이미지가
강해져서 그닥 정이 안갔는데 말이지. 엘르 패닝은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밸러스한 기럭지와
동글한 얼굴이 인상적. 하지만. 슈퍼8에서 배역은 그다지.

여러 모로. 유망주.
그 외 익숙한 배우로는 주인공의 아빠로 나온 카일챈들러. 보자마자 "아 킹콩"하고 떠오를만큼;;
킹콩에서의 딱히 대단하지도 않았던 그 배역이. 남아 있었다^;

영리하고. 잔뜩 바른 정이 좋은 기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