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머테리 정션 Cemetery Junction
오피스, Life's Too Short, 거짓말의 발명 등을 보면서 어느새 리키 제바이스와 스티븐 머쳔트 콤비의 팬이 되어 있었다. 사이먼 페그&닉 프로스트 콤비의 일련의 영화들을 보며 영국 최고의 개그콤비구나 했었는데, 진정한 재간둥이 아저씨들이 요깄네. 라는 생각.
국내에서는 쉽게 찾기는 힘든, 요 발칙한 아저씨 콤비의 작품들 중 그래도 DVD 정발이 된 영화가 바로 세메터리 정션.Cemetery Junction. 둘의 각본&연출이자, 리키 제바이스 아저씨는 깨알같은 조연으로 등장하신다.(개그 성향이 짙은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장할 때마다 특유의 웃지않을 수 없는 불편한 개그 선사...)
기대했던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뻔하고 훈훈하고 따뜻했던 영화이긴 했는데, 그래서 실망이라기 보단 차분히 볼만한 영화.(거짓말의 발명 역시 매우 뻔하고 훈훈하였는데, 이 아저씨들 영화에서는 원래 이런건가...시트콤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막 나가서. 그것 때문에 홀릭한 건데.ㅎ)
어찌 되었는. 훈훈한 젊은 남녀배우들 보는 맛도 나고. 구제불능 캐릭터 몇 몇의 얼치기같은 개그도 좋고, 꽤 심심하게도 느껴지지만 올바로 나아가는 결말도 좋았어서, 결론적으로는 재밌게 봤음.
조금 느끼한 이병헌 같은 주인공 크리스찬 쿠크보다는 반항아 친구 역을 맡았던(포스터에도 메인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걸)톰 휴즈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엘튼 존 닮은 스노크 역을 맡은 잭 둘란이란 배우 역시. 처음 봤지만 임팩트가 팡팡....이라고 해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유일한 (젊은)여자 배우이자, 주인공과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펠리시티 존스.
이 여배우. 무지 매력적이더라고. 역시 영국 여배우들은 멋있어..라고 되새김질.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난 단 한 편도 보지 않았다. 고로 처음 봤다)
영화는 1973년, 영국의 작은 마을, 세테터리 정션에서 벌어지는 작은 성장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마다 고민 중인 3명의 청춘들이, 이런 저런 소동에 얽히며 결국 각각 한 걸음씨 미래를 향해 내딛게 되는. 그런.
이 우울한 청춘들에게는 마약도 없고 SEX도 없다.(아마 영화평 중에 "밝은 트레인스포팅"이란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술집에서 싸움정도 하는게 최고의 일탈이랄까. 방황하는 청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약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여자에 취하는 그 동안의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건전한건데. 그렇다고 그네들의 고민의 깊이가 얕다거나. 그래 보이진 않아서. 그리고 내가 했던 고민들을 돌이켜보건데 공감대도 어느 정도. 영국 산골 마을 사는 녀석들이나 경기도 사는 한국청년이나 다를 게 없구나. 생긴 거 빼고.
리키 제바이스의 깨알같은 위아래 없는 노인무시, 인종차별, 영국 외 다른 나라 뒷담화. 정도가 웃음나는 개그코드인데, 상당히. 역시. 웃긴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영화음악. 국내에 OST가 나왔을까 하고 찾아보긴 했는데 아마도 없는 듯 하고....해외구매로밖에 답이 없는 듯 한데.
70년대의 음악들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는 가운데, 엘튼 존, 티렉스, 엘비스프레슬리, 레드 제플린, 데이빗 보위,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당대의 뮤지션들의 음악들 포진. 두 가지. 신경쓰였던 점은. 난 분명 블러의 데이만 알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OST에 없는 것으로 보면. 블러 유형의 음악은 이미 그 전부터 있었구나 찾아들어봐야지. 했던 점과. 몰랐던 밴드. 슬레이드의 노래가 참으로 좋았다. 라는 것.
이래저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영화. 또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