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A.k.a 황정민
laser RAY
2010. 4. 21. 09:27
2010년 상반기 최대 화제작,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언론시사회(라는 것을+.+)다녀옴.
주연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지라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셀러브리티의 밤"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참석.
역시나 많은 배우들이 참석했고, 그 와중에 차승원의 우월한 기럭지와 한지혜, 유선의 미모에 눈이 커지면서, 커진 눈으로!
관람 가능.(그 외에 많은 배우들이 있었지만, 보다 보니 그런가 보다..했어서;)
다행히 상영이 조금 늦춰지는 바람에 시작 전에 팝콘L은 다 비울 수 있었어서. 주변인들에게 피해는 덜 줬달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황.정.민.
이전까지의 이준익 감독의 영화처럼 소소한 즐거움이 있으며 관객 모두를 웃기고 울리는 재주까지. 역시 "재밌는"영화를 만드는데
경지에 이르른 모습이 보인다. 상업영화를 만지는 노련미. 그래서 좋(았)다. 괜히 무게잡지도 않고. 그랬(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살짝. 영화 중반을 지나가면서 정확히는 등장인물이 쓰러지면서. 균형이 무너지는 느낌. 영화 전체를 지탱해 주던
배우의 부재 때문인지, 아니면 극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황정민은 기가 막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기가 막히다고.
영화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동시에 이 영화는 황정민이 나오는 장면과 나오지 않는 장면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껴질 만큼.
관객들로 하여금 그렇게 신명나고 구슬프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 아마 혹시라도 이 영화가 천만을 달성한다면
"야 이 스키야"는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차승원이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이젠 조금 물리고 질려서. 어째서 그 배우는 어깨에 힘을 뺀다고 하면 김상진식 바보 연기고
이번에는 조금 멋을 냈어요 하면 냉혈한이거냐. 두 가지 스테레오 타입에 묶여서 점점 끈을 조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게나..
기럭지가 우월한데..(포화속으로 예고편을 봐도 비슷한 것 같아서 또 안타깝고)
오히려 황정민과 콤비를 맞춘 젊은 배우 백성현이 신선했다. 버럭버럭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일단은 판단 유보이지만
적어도 엇나가진 않았으니. 한지혜는 동양화처럼 예뻤으니 그걸로 됐고.
# 이건 연기평이라기 보단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그들#
영화 자체를 얘기하려 해도 자꾸 황정민이 생각나네.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내 감상이 이렇게 후했을까. 이렇게 남았을까.
어쨌든 영화는 즐거웠고 신났고 비참했고 멋있었고. 몇 가지 재미났던 점.
- 클로즈업의 향연
영화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매우 가까이에서, 화면이 꽉 차서 모자랄 정도로. 이마와 턱선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접사"가 많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에 집중하라는 거였을까. 민중의 고초를 표정에서 읽어봐라?;;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의도적인가 싶을 정도로 많았던 건 사실이고. 특히 그 중에 뿌옇게 처리된 오프닝은 순식간에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 차승원의 송곳니
이것 또한 의도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꾸 눈에 띄는. 그것도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가 이몽학의 본격적인 폭주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송곳니가 마구 드러난다!! 나 같은 호러타쿠가 할 수 있는 생각. "사실 이몽학은 영원한 지배를 꿈꾸며 조선시대에 살았던
뱀파이어의 후예였기에 사람들을 홀려서 이런 역모를 벌인 것이고, 맹인검객 황처사는 뱀파이어 헌터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간다면 황혼에서 새벽까지 버금가는 급전개를 보일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원작이 있는 영화여서 말이지..
(그렇게 갔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은 아마 나만 할 것 같다)
이몽학의 야욕을 드러내는 소심하고 세심한 분장. 맘에 들었다.
- 황처사의 무예
무예에 대해서는 미개인이지만 몸으로 툭툭 치는 것이 태껸에서 가져온 무예가 아닐까 싶은데. 눈이 안 보인다는 설정을 이용하여
검과 몸을 함께 사용하고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꼭 태껸같더라. 멋지게 소화한 황정민(다시 황정민 찬양!!!)
어떻게 바꿔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한양 클라이막스는 어떻게든 다르게 했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더해보면서
구름에 가렸다 해서 달이 없는 건 아닌데.
황처사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지는 생각이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