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한

건축학개론

laser RAY 2012. 4. 2. 11:02

 

영화가 재밌느니 어쩌느니 얘기하기 전에.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면, 지나간 첫사랑에, 대학시절의 풋사랑에, 그 옛날 그 여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는 얘기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많은 멜로 영화중에서도 유독.

건축학개론이 그런 평을 듣는다는 건 가슴 속에 묻어둔 무언가를 꺼내는 그런 힘이. power가!...

있는 건가. 했지만. 글쎄. 그냥. 아름답고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

우스개소리로. 수지와 한가인 같은 첫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절대 공감 안된다. 라는 얘기도 있더라만.

그렇지 않다해도, 내게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소울메이트 얘기나 이거나 매한가지라는.

(심정적으로 더 공감했던 건 조제, 이터널 선샤인이었고, 건축학개론은 오히려 500일의 섬머..의 느낌)

어쨌든 그래도 순전히 나에게는 미덕이었던 점이 많았어서 마음에는 차고 넘칠 만큼 좋았던 영화.

파수꾼부터 고지전까지 눈도장 꾹꾹 찍고 있는. 배우 이제훈이 역시나 좋았고.

소문으로만 듣던 수지보다,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오랜만에 살벌하게 예뻤던 한가인이 좋았고.

90년대 그 시절. 기억의 습작과 신인류의 사랑을 듣던 그 때가 좋았고.

- 이거 참 좋으면서 아릿한 그런 기분인데. 아직까지 90년대가 복고라는 게 용납이 안된다-

그리고 격하게 공감했던 것과 동시에 영화 최대의 수확은 "납뜩이"캐릭터.

친구놈들끼리 했던 대화들이 격하게 떠오르면서. 진짜 Real하구나 싶었던 공감.

이어서 또 하나 공감은. 태생이 강북이어서. 강북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90년대 강남/강북을 묘하게 삐딱하게 나눈 감독의 시선이 은연중에 이해되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가인은 예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전람회 CD를 돌려주며, 우리 집에 CDP가 없어서 못듣는다고 할 때와.

(어차피 못듣는 건 처음 받았을 때나 마찬가지였을텐데. 못들어도 기뻤을텐데)

"니가 내 첫사랑이니까"를 얘기하던 씬. 신기하게도 오직 승민(제훈&엄태웅)에게만 감정이입이..

되어있었는데 그 순간부터 영화를 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첫사랑에게 "꺼져줄래"를 들은..

그녀의 마음이 아플거란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

가장 아쉬웠던건.

마지막. 엔딩과 함께 '기억의 습작'이 full ver으로 나오면서 크레딧.

가만히 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불켜지고 들어오는 직원들-_-

쫌. 진짜. 쫌.